[인터뷰] 곽상원 교수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백설공주', 과거에서 벗어나려다 길을 잃어버린 느낌" > 뉴스

검색하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뉴스

충북뉴스
HOME충북뉴스

뉴스

[인터뷰] 곽상원 교수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백설공주', 과거에서 벗어나려다 길을 잃어버린 느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승원 작성일2025.04.10 댓글0건

본문

■ 출연 : 곽상원 교수

■ 진행 : 이승원 기자

■ 송출 : 2025년 4월 10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 967'

■ 주파수 : 청주FM 96.7MHz /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무비 Talk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 이승원 : 곽상원 교수의 무비톡, 오늘도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곽상원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나와 계시죠? 안녕하십니까?

 

▶ 곽상원 : 네 안녕하십니까? 무비 토커 곽상원입니다.

 

▷ 이승원 : 네 바로 가시죠. 오늘 소개해 주실 영화 어떤 영화인가요?

 

▶ 곽상원 : 영화 개봉 전부터 이런저런 구설과 논란이 많은 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가 있긴 했지만 아쉬운 면이 좀 많았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디즈니 명작 애니메이션이 실사화됐고요.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500일의 썸머>의 마크 웹 감독 영화 <웨스트 사이트 스토리>에서 레이첼 지글러 그리고 영화 <원더우먼>의 갤 가돗이 주연인 <백설공주>입니다. 그림 형제가 쓴 원작이긴 하지만 1937년에 영화 역사상 최고의 컬러 비주얼을 보여줬던 디즈니의 간판 캐릭터 <백설공주>를 가지고 실수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인어공주>로 폭삭 망한 이미지를 좀 회복할까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디즈니가 독이 든 사과를 먹은 것이 아닌가 싶어요.

 

▷ 이승원 : 이런 표현까지 나올 정도라니 구설수가 많았던 것 같은데요.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디즈니가 만든 영화 <백설공주>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말씀드렸던 것처럼 1937년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 곽상원 : 그렇습니다. 거의 90년이 가깝게 지난 영화인데, 2차 세계대전 도중에 만들어진 거니까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 시대 때 만들어진 영화거든요. 그런데 이제 <백설공주> 하면 우리가 짧고 검은 머리, 빨간 머리띠, 하얀 피부, 파란색과 빨간색 어깨 뽕이 있는 블라우스에다가 노란색 치마를 입은 백설공주의 이미지를 바로 생각하게 되잖아요. 이 이미지가 90년 전에 만들어진 이미지인데, 우리는 그 당시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이 몇 명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캐릭터를 머릿속에 떠올린다는 건 <백설공주>가 영화계의 한 획을 그을 정도의 대단한 캐릭터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세계 최초의 풀 컬러 극장형 애니메이션이었고요. 그리고 인물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고 싶어서 필름으로 미리 사람의 움직임을 찍어요. 그리고 필름 위에 도색하는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듭니다. 그래서 움직임이 되게 자연스럽거든요. 당시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는 지금으로 친다면 <아바타> 정도의 고퀄리티 기술이 집약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이승원 : 당시 가장 최신 기술을 활용해 세계 최초의 풀 컬러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건데 그만큼 명작으로 남게 됐죠. 그런데 <백설공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요?

 

▶ 곽상원 : 특히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가 <백설공주> 영화가 많이 나왔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마침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 탄생 200주년 언저리여서 <백설공주>가 영화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연극, 책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그리고 <백설공주>의 스토리텔링 자체가 지금 현대 사회의 여성상과는 좀 어울리지 않잖아요. 너무나 수동적이다 보니까 백설공주가 재탄생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백설공주의 수난 시대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캐릭터만 가지고 내용을 재탄생시키거나 재구성하거나 또는 심지어 해체시키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 문학 작품이 많이 나왔거든요. 심지어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쓴 <흑설공주>라는 라이트 노벨 소설이 출간되기도 했었고요. 시고니 위버가 계모 역으로 나온 그림 형제 원작의 잔혹한 설정을 더욱 강조한 공포영화 <스노우 화이트>도 있습니다. 그리고 계모와 힘 대 힘으로 대결하는 영화<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백설공주가 계모와 한 남자를 두고선 서로 뺏기 위해서 경쟁하는 영화도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줄거리는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매력으로 인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게 되고 재탄생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이승원 : 그러니까요. <백설공주>는 참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돼서 만들어졌군요. 그럼 이번 영화는 1937년 설정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을까요?

 

▶ 곽상원 : 설정이나 내용상에서는 기본적인 1937년을 따라가고 캐릭터의 모습도 따라가는데요. 문제는 백설공주의 하얀 피부가 아닌 라틴 아메리카의 배우가 역할을 맡았다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기도 했었어요. 원작 설정은 눈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백설공주인데, 백설공주의 어머니가 우물에다가 자신의 피 세 방울을 떨어뜨리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검은 머리에 빨간색 입술, 하얀색 피부를 가진 여자아이를 낳게해 주세요.”라는 소원을 빌게 되는데요. 이 영화는 그 설정을 무시해 버리고 그냥 라틴 아메리카 계열의 배우를 쓴 거죠. 그럼 설정이 붕괴되거든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는 백설공주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를 ‘눈이 내리는 날 그것을 뚫고 태어난 아이.’라는 의미에서 백설공주로 이름을 지었다는 설정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대 보존은 되어 있어요, 이게 문제가 되긴 하는데 우리가 백설공주 생각하면 대사 중에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가장 미모가 뛰어난 사람이 누구니?”하는 질문이 있는데 갑자기 거울이 AI가 되었는지 처음에는 “여왕님이십니다.”라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여왕님이 가장 아름다우나 더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고 백설공주가 더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아름다움의 기준을 추가해서 대답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진실만 말하는 거울인데 질문을 멋대로 해석할 뿐만 아니라 뜬금없이 외모가 아닌 백설공주가 더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백설 공주의 아름다운 외모를 시기하는 여왕과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내면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대결 구도인데요. 마녀다 보니까 당연히 내면이 아름답지 않은 거잖아요. 그런데 이거를 억지로 끼워 맞추다 보니까 기본적인 스토리텔링이 약간 좀 붕괴됐어요. 그래서 영화 전체의 뼈대가 좀 흐물거린다는 느낌이 들게 되고 우리가 백설공주 하면 왕자를 기억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왕자가 아닌 좀도둑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거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아쉬운 건 신분이 낮아져도 외모는 왕자처럼 잘 생겼다는 것이 이제 문제가 되는 거죠. 디즈니도 설정 한계 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리고 결말이 많이 바뀌었는데요.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난쟁이의 도움으로 계모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설정으로 끝나게 되지만 이번에는 난쟁이의 도움 없이 본인의 힘으로 마녀를 물리칩니다. 스포일러는 이렇게 얘기할게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가 힌트입니다.

 

▷ 이승원 : 이거는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구절인데 이게 왜 스포일러일까요?

 

▶ 곽상원 : 이게 왜 스포일러인지는 영화를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셨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가 왜 스포일러인지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이승원 : 이게 과연 무슨 의미일지는 지금으로는 갸우뚱하게 되는데 영화를 봐야만 답의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캐스팅으로 이야기로 넘어가 보시죠. 캐스팅으로도 이런저런 논란이 있는 영화라고요?

 

▶ 곽상원 : 레이첼 지글러가 라틴계 배우다 보니까 배우가 갖고 있는 연기력과 가창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백설공주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그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은 것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거죠. 검은 머리에 빨간 입술 그리고 하얀 피부 “근데 왜 레이첼 지글러를 캐스팅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백설 공주의 이미지가 더 생각나게 되는 효과가 생겨요. 그러니까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백설공주의 이미지가 더 생각나게 되는 거죠.

 

▷ 이승원 : 그렇네요. 교수님 약속된 시간이 거의 다 돼서요. 마지막으로 짧게 영화적 재미에 대해서만 딱 한 마디로 정리를 부탁드립니다.

 

▶ 곽상원 : 아쉽습니다. 과거에 있는 무언가를 벗어나고 싶어 새로운 걸 만들려고 했지만 과거의 틀에 갇혀 더 이상 뚫고 나가지 못하는 느낌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이 영화 저는 쉽게 권하지는 않게 될 것 같아요. 하지만 백설 공주의 캐릭터를 보고 싶은 분,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실사화된다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이 영화를 보는 것에 대해서는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 이승원 : 네. 제가 무비톡을 하면서 교수님께서 적극 권하지 않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으로 나온 것 같은데요. 그만큼 여러 구설에 오르면서 화제가 된 영화라 고르신 거 같습니다. 교수님 약속된 시간이 다 돼서요.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곽상원 : 네 감사합니다.

 

▷ 이승원 : 네. 지금까지 무비톡 청주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곽상원 교수와 함께 영화 <백설공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주소 : (우)28804 충북 청주시 서원구 1순환로 1130-27 3층전화 : 043-294-5114~7 팩스 : 043-294-5119

Copyright (C) 2022 www.cjbbs.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