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재옥 기자 "스승의 날조차 두려운 교실… 교사는 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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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성현 작성일2025.05.27 댓글0건본문
■ 출 연 : 김재옥 충청일보 기자
■ 진 행 : 이호상 기자
■ 송 출 : 2025년 5월 20일 화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 주파수 : 청주FM 96.7MHz /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이슈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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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인터뷰 내용을 기사에 인용하거나 방송에 사용시 청주BBS '충북저널967'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이호상 : 김재욱 기자의 이슈 픽 순서입니다. 충청일보 김재옥 기자 연결돼 있습니다. 김 기자님 나와 계시죠?
▶ 김재옥 : 안녕하세요.
▷ 이호상 :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얼마 전 스승의 날이었죠. 교권 침해 현실을 픽 해 주셨군요. 교권 침해 실태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교육 현장의 현실을 좀 들여다보겠습니다.
▶ 김재옥 : 스승의 날이 좀 지나긴 했는데 5월이 가기 전에 교권 침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좀 지적하고 싶어서 오늘 이슈픽 주제로 교권 침해 실태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저학년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인데요. 스승의 날 전날 아이와 함께 카네이션을 사러 갔는데, 꽃집 주인이 학교 선생님께 카네이션 드리면 다시 돌아오니 카네이션을 사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아이가 직접 만든 카네이션이나 편지 외에는 안 받는다는 이야기인데요. 선생님 가슴에 카네이션 한 송이도 달아드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좀 씁쓸한 생각이 들었는데요. 스승의 날은 원래 “교권을 존중하자.”는 의미로 시작된 날인데요. 하지만 요즘 교사들 사이에서는, “스승의 날은커녕, 교실 안이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됐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교사는 학생을 지켜야 하고, 또 가르쳐야 하는 위치에 있는데 이젠 수업 중에도 불안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심지어 생활지도를 하다, 되려 폭행을 당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 이호상 : 최근에도 제주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선생님이 있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었습니다만, 우리 충북 지역에서도 실제로 그런 일들이 최근에도 있었고, 교권 침해 사건이 계속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죠.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말이죠. 구체적인 사례를 좀 들어볼까요?
▶ 김재옥 : 네. 우리 지역에서도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지난 4월 28일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 대상인 2학년 학생이 흉기를 휘둘러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었습니다. 이 사고로 교장, 환경실무사, 주무관 등이 흉기에 가슴·복부·등이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는데요. 가해 학생은 행인 등 시민 2명에게도 위해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학생은 특수 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는데요. 또, 앞서 3월에는 청주의 한 학교에 근무하는 여교사가 특수학급 중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적 장애가 있는 가해 학생은 생활지도를 하는 여교사에게 반항하다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 지역은 아니지만 지난달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고3 학생이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다가, 이를 지적한 교사를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이는 단순히 언성을 높인 수준이 아닌데요. 정말, ‘주먹을 날린’ 폭행 사건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다는 것입니다.
▷ 이호상 : 이렇게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거에서 정말 혀를 찰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그럼에도 교사는 참고 이해해야 한다.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각들도 있고, 하지만 계속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교사가 이게 버틸 수 있겠습니까?
▶ 김재옥 : 맞습니다. 이제는 실제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는데요. 특히 초임 교사들, 임용 5년 차 이하 젊은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총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9명이 “저연차 교사들이 계속 나간다.”고 답했고요. 그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단연, 교권 침해라고 합니다.
▷ 이호상 : 몇 년 전에 서이초 사건이 있었잖아요. 이른바 서이초 사건 이후에 도입된 교권보호 5법이 도입됐는데 이후 상황은 어떤가요?
▶ 김재옥 :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법’은 생겼지만, 학교 안에서 실제로 교사를 지켜주는 시스템은 여전히 미비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다가 ‘정서적 학대’라는 민원이 들어오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고, 그동안 수업에서도 빠져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무혐의’가 나와도 교사의 명예는 이미 훼손되고, 상처는 남죠.
▷ 이호상 : 그렇죠. 교사는 학생을 지키는 존재인데, 이젠 본인 스스로 지킬 방법이 없는 상황이군요. 그런데, 이 문제가 단지 ‘현직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비 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에도 이런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요?
▶ 김재옥 : 맞습니다. 교권 침해는 미래 교육의 근간까지 흔들고 있습니다. 요즘 교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는 거,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서울교대 수시 합격선이 2등급대로 떨어졌고, 일부 지역 교대는 4등급 중반대 학생도 합격합니다. 교육을 꿈꾸는 청년들은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교사는 존중받지 못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입니다.
▷ 이호상 : 우리 학교 다닐 때는 교사가 선망의 직업이었고 사실은 좋은 대학이었는데 말이죠. 최근 교권 침해 사건이 예비 교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그럼, 교사가 특히 힘들어하는 부분, 교권 침해 사건 말고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볼 수 있을까요?
▶ 김재옥 :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무고한 아동 학대 신고입니다. 생활지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자가 아동 학대로 신고하면, 경찰 조사에 바로 불려 갑니다. 상처를 입은 건 학생이 아니라 교사인데, 조사받는 건 교사입니다. 둘째, 책임 전가입니다. 학교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관리 책임, 지도가 부족했다는 책임이 고스란히 담임 교사에게 돌아옵니다. 보호자는 물론이고, 때로는 교장·교감조차 이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니, 교사들이 점점 위축되고 “수업만 하고 말자.”는 분위기가 생깁니다.
▷ 이호상 : 교사가 이제 근로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데요.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 걸까요?
▶ 김재옥 : 전문가는 이제 ‘교사의 권위’라는 개념을 넘어서 ‘교사의 기본권’과 ‘노동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정당한 생활지도가 있었다면 그 교사를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체계가 있어야 합니다. 무고한 아동 학대 신고에 대해서는, 무혐의 시 자동으로 명예 회복이 이뤄지는 제도도 필요합니다. 또, 교권 회복은 법과 제도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인식의 변화입니다. ‘교사는 감정을 억누르고, 무조건 참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을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 이호상 : 앞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그렇다면, 학부모나 학생들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김재옥 : 가장 중요한 건, ‘신뢰’입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불신’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아이를 키우는 동반자’로 바라봐야 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무조건 교사를 의심하거나 고발하는 게 아니라, 먼저 대화하고, 학교와 함께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요. 또, 학생들에게는 ‘교사도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학교 교육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려줄 필요도 있습니다. 이런 작은 인식의 변화들이 교육 현장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 이호상 :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군요. 저희 어릴 때는 선생님이 어려워서 말이죠.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얘기가 있었죠. 아무튼 교실은 우리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공간입니다. 그 공간에서 교사가 무너진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말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재옥 : 네. 감사합니다.
▷ 이호상 : 네 충청일보 김재옥 이슈 Pick 시간이었습니다. ‘스승의 날’ 하루가 아니라, 교사에 대한 존중이 365일 이어질 수 있는 사회 그게 진짜 교육 선진국이 아닐까요. 오늘은 교권 침해 사건을 다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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