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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선권 여행작가 "자연 풍경 그대로 활용한 경복궁…품계석은 엄격한 신분 차이 나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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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원 작성일2023.12.07 댓글0건

본문

□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연현철 기자

□ 2023년 11월 30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 본 인터뷰 내용을 기사에 인용하거나 방송에 사용시 청주BBS '충북저널967' 프로그램명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연현철 : ‘여행 스케치’ 코너입니다.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와 함께하겠습니다. 작가님 나와 계시죠?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연현철 : 오늘은 또 경복궁을 준비해주셨네요.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지난 시간에 왕의 영역인 근정전의 마당에 미끄럼방지와 신하들의 시력 보호를 위해 깔아놓은 박석까지 이야기했었는데요. 박석 말고도 조정에는 특별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비석이 동서쪽에 각각 나열되어 있는데, 이것은 신하들이 서 있을 자리를 나타내는 품계석(品階石)이라고 합니다. 신하들이 조정에서 품계 순으로 설 수 있도록 표시해 놓은 것이죠. 어느 품계석 앞에 서느냐에 따라 부르는 호칭이 달라집니다. 사극(史劇)을 보면 대감마님, 나으리라는 호칭을 쉽게 들을 수 있는데, 대감마님은 정3품 이상의 당상관(堂上官)들을 부르는 칭호이고, 나으리는 정3품 이하의 당하관(堂下官)들을 부르는 칭호입니다. 근정전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오른쪽인 동쪽에는 문관(文官)이 섰고요, 왼쪽인 서쪽에는 무관(武官)이 섰던 자리입니다. 당연히 들어왔던 문 방향과 일치합니다.


▷연현철 : 원칙이 역시 철저합니다.


▶김선권 : 정이품에 품계석 근처의 바닥에는 고리가 박혀 있는데, 이 고리의 용도는 의식을 치를 때 따가운 햇빛이나 비 또는 눈을 막아주는 차일을 치게 되는데, 차일을 고정하는 끈을 묶는 곳입니다. 


▷연현철 : 아 오랜 시간 조정에 서 있을 대신들을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김선권 :얼핏 생각하면 신하들을 배려하는 임금님의 아름다움이 엿보이는 대목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 차일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차일을 칠 때, 조정 마당 전체를 덮을 수 있을 정도로 크기로 쳐서. 모든 신하들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면 좋을 텐데, 고리가 품계석의 상당히 앞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신하 중에서도 고위 관료에 해당하는 당상관까지만 그늘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정삼품부터는 온몸으로 뜨거운 햇빛과 눈비를 다 맞아야 했습니다. 실제로도 장기간 서 있다가 기절하는 신하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조선은 신분에 따른 대우의 차이가 분명하고 당연한 나라였습니다.


▷연현철 : 조선의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가 솟아오르지 않을 수 없겠네요.


▶김선권 :품계석은 사실 경복궁이 지어질 때부터 처음부터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하들이 질서 없이 서 있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정조께서 똑바로 정렬하라고 품계석을 만들게 하였다고 합니다. 


▷연현철 : 그렇다면 중국의 궁궐에는 품계석이 있습니까? 중국과 우리나라의 궁궐은 유사한 점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김선권 : 제가 중국의 모든 궁궐에 가본 것은 아니라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지난달에 자금성에 다녀왔거든요. 분명히 자금성에는 품계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차일을 걸 수 있는 고리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중국의 신하는 햇볕이나 눈비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였습니다. 


▷연현철 : 그렇군요. 우리나라의 조정이 좀 더 인간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여질 수 있고요. 그런데 작가님이 자금성 이야기를 하셔서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건데,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잖아요. 경복궁도 자금성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었는지 또 보시고 오셨다니까 비슷한 부분이 있었는지 설명 좀 해주시죠.


▶김선권 : 비슷한 부분은 많이 있습니다. 중심축을 따라 주요 전각이 일렬로 세워지고 부속건물이 양쪽으로 배치된 점은 마치 모방한 것처럼 똑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까지 오는데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조선총독부에 의해 훼철되었던 흥례문 그리고 근정문까지 3개의 문을 거쳤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금성도 단문, 오문, 그리고 태화문 이렇게 3개의 문을 거쳐야 정전인 태화전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경복궁이 자금성을 모방해 지은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많습니다. 


▷연현철 : 그런데 실제로 모방이 맞습니까? 모방은 아닌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시는 것을 보니까 좀 잘못된 생각 같기도 하고요. 


▶김선권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모방한 게 아닙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연중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역사적 콤플렉스가 가져다준 오해라는 생각입니다. 우선 시기적으로 경복궁이 자금성보다 25년이나 먼저 지어졌습니다. 


▷연현철 : 어쨌든 우리나라가 시대가 앞서는군요. 


▶김선권 : 그렇습니다. 궁의 규모도 자금성이 몇 배로 큰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경복궁은 14만 평으로 자금성 24만 평의 약 60% 정도의 면적입니다. 자금성은 산이 없는 평평한 땅에 폭이 넓고 깊이가 얕게 자리 잡아서 규모가 웅장해 보입니다. 자금성 뒤의 경산은 자금성의 금천과 연못을 조성하면서 파낸 흙으로 만든 인공산입니다. 경복궁은 폭이 좁지만, 매우 깊게 자리하였으며 뒤로는 북악산의 자연경관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북악산이 경복궁의 뒤뜰인 셈입니다.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교수님은 "차경(借景)의 미학을 경복궁처럼 훌륭하게 이뤄낸 건축물은 세계에서 드물다"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차경이란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주위의 풍경을 그대로 활용하는 건축기법”을 말합니다.


▷연현철 : 그렇다면요. 작가님 중국이 우리 경복궁의 차경인 북악산을 본떠서 자금성의 인공산을 만들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김선권 : 그건 아닙니다. 풍수지리의 배산임수를 따르기 위함이었죠. 경복궁은 뒤로 북악산이 있었기에 별다른 조치가 필요 없었고, 자금성은 평지였기 때문에 인공산을 만들어 배산임수를 완성한 것이죠. 실제로 자금성 뒤에 있는 경산은 산이라고 하기에 민망한 높이입니다. 슬슬 걸어 가도 10분이면 정상에 다다를 정도입니다.


▷연현철 : 그 정도면 야트막한 언덕이라도 봐도 되겠습니까?


▶김선권 : 그렇습니다. 50m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드디어 근정전의 마당, 조정에서 벗어나 월대로 발걸음을 옮겨보겠습니다. 월대의 계단 아래에 널찍하고 커다란 항아리가 있습니다. ‘드므’라고 하는데요. 


▷연현철 : 드므요?


▶김선권 : 드므는 방화수(防火水)의 역할을 했습니다. 경복궁의 전각은 모두 목조 건물입니다. 목조건축물은 불에 상당히 취약하기 때문에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정전과 궁궐의 전각들을 지키기 위해 배치해 놓은 것입니다.


▷연현철 : 항아리가 아무리 크더라도 목조건물의 화재를 진압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을까요? 어떻습니까?


▶김선권 : 사실 드므에 담긴 물만으로 불을 끈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죠. 과거에는 어떤 물건이 가진 실용성보다 상징성을 더욱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궁궐에는 그 상징성이 더욱 강했습니다. 실제로는 금천의 흐르는 물과 궁궐 안에 있는 우물을 이용해 불을 껐다고 합니다. 드므에 물을 담아놓으면 불의 악마인 화마가 궁궐에 불을 지르러 왔다가 물이 비친 자신의 못생긴 모습을 보고 놀라서 도망갔다고 합니다. 겨울철에는 드므 밑에 숯불을 피워나서 물이 얼지 않도록 했다고 합니다.


▷연현철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오늘 경복궁 근정전의 마당인 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요. 지난주 얼마전부터 여행전문가가 아닌 역사 전문가가 되신 거 같습니다. 어쨌든 여행과 역사 한 분류라고 보고있고, 시간 관계상 저희가 남은 이야기는 다음주에 다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거 같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선권 :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연현철 : 지금까지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와 여러분 함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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